모순

#문학 5

이모는 마치 제목만 있고 본문이 없는, 텅텅 빈, 기이한 소설책을 펼치고

망연자실해하는 소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순 - 양귀자

왜 이 문구가 그토록 충격적이었을까

작 중, 이모는 이모부가 어디서든 사진 세 장만 찍으면 끝이라고 말한다.

***“***내 사진 한 장, 자기 사진 한 장, 그리고 우리 둘이 찍은 사진 한 장. 그리고 밤이면 호텔로 돌아와 그날의 지출과 내일의 예상 지출을 계산해서 지갑을 정리하고 나면 곧바로 잠이 든단다. 내가 밤새 창가를 서성이며 냉장고 속의 술병들을 축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야.”

이모는 무덤 속 같은 평온에 살아왔다고 말했다.

나는 그 공허함이 SNS와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진하나, 이모지 하나, 댓글 몇 개.

업로드를 위한 여행

과시를 위한 사진

전시를 위한 인생

이처럼 덧없는 것들이 깊게 만연해있어 가끔은 이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쇼윈도 마네킹 같은 삶의 공허함과

모래위에 지은 성 같은 삶의 불안함과

허울뿐인 폭죽 같은 삶의 허무함에 대해 그토록 듣고 새겨도

그것에 대한 질투와 조바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것과 주변의 아름다움을 알고, 남이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행복과 만족을 얻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죽을 때까지 그것들의 가치를 하나씩 찾아가는게 삶을 다채롭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인터뷰 중, 택시에서 악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대해서 곱씹고 그것에 공감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내 주변의 그러한 아름다움을 얼마나 놓치고 살고 있을까

그런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감정과 경험의 밀도는 얼마나 다를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내게 주어진 주변의 것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인생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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