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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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뛰어나서 소설을 읽으면서 액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작 중 등장하고 설명되는 여러 전문적인 지식들이 놀라울 정도로 깊지만 어렵지 않게 설명된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예로, 소설에서 초지능은 인간이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건들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게 되는데
리만 가설, 삼체 문제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들이 그런 어려운 사건들일 것이다.
소설에서 아직 3살 밖에 되지 않아 말도 잘 하지 못 하는 초지능체가 난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과 인간에게 위협이 될 만한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어떻게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날씨라는 것은 컴퓨터로 다룰 수 있는 가장 작은 숫자 단위보다도 더 작은 변수로 인해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어린 초지능체가 땅에 작은 원을 그리고 일어선 채로 나뭇잎을 떨어뜨려 원 안에 정확히 안착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초지능체는 어린 나이임에도 인간이 계산하지 못하는 범주를 내다본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처럼, 깊은 전문지식으로 설명해야 할 주제들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 이 책을 읽는 쏠쏠한 재미가 되어주었다.
특히, 컴퓨터 관련 지식과 보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정확하고 설득력 있어서 놀랍고 재미있었다.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은 주제에 대한 의미 주입이었다.
제노사이드(genocide):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제거하는 것
나는 제노사이드라는 제목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그것이 초인류 단 한 명을 위한 제노사이드인 것인지, 혹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해하는 학살을 뜻하는 것일지 추측하며 책을 읽는 와중에, 작 후반에서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아주 직설적이고 반복적으로 제노사이드라는 주제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강조하고 비판하게 된다.
이것이 나의 공상의 여지를 차단해버리는 느낌을 주어 책을 읽고 아쉬움이 남았다.
평생 사라지지 않을 죄책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