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이상의 날개.
너무 난해한 책이기에 전혀 읽히지 않는 기분이 들어 몇 번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었다. 최근 유튜브 너진똑 채널에서 내용을 정리한 영상이 있어 다시 읽고 영상을 본 후, 독후감으로 남겨본다.
소설의 메시지는 반쪽짜리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과 깨달음에 따른 성장에 대한 것이다.
모더니즘이란 과학, 객관성, 경험, 이성, 자유, 혁신, 비판 등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산업화를 이루던 시대를 말한다. 모더니즘은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며, 합리성은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 라는 사상을 기반으로 하기에 발전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종교와 믿음의 강요를 반대했던 모더니즘은 오랜 시간 고착화되며 시스템(이성과 실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로 모더니즘의 근간이 되는 요소 중 과학, 발전, 혁신은 고착화되어 갇힌 틀 안에서 정해진 길만 따라가기 마련이었고, 자유, 혁신, 비판은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로 힘을 잃어갔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소설의 첫 문장은 의미를 잃어버린 모더니즘 속에서 틀 안에 갇혀 이성과 실용을 강요당하며 그저 교육받은 길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돈을 주고받는 행위만으로 자신의 성의를 표현하려는 주인공과 아내, 수면제를 발견하고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여 아내에게 어떤 추궁조차 하지 못하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이 백화점에서 내려다본 금붕어 같은 사람들 모두를 새장에 갇힌, 박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낭만과 도전, 비판과 혁신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주인공은 의미를 찾고자 했고 백화점 위에서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을 듣게 된다. 밤 12시는 주인공이 아내와의 관계를 망쳐버리게 했던 두려운 시간이지만, 낮 12시는 밝은 햇빛이 내리쬐는 똑같지만 정 반대인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모더니즘의 반쪽의 존재를 알게 된 주인공은 인공 날개를 버리고 새로운 날개로 다시 한번 날아보려 다짐하게 된다.
나는 해석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특성과 시대적 배경이 이렇게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자고로 문학작품의 해설에 있어 답은 없기 때문에 위의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 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되어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나 이상 작가의 다른 작품에 실린 문구들이 너무 매력적이었는데
애드벌룬이 착륙한 뒤의 긴자 하늘에는 신의 사려에 의하여 별도 반짝이련만 이미 이 카인의 말예들은 별을 잊어버린 지도 오래다.
애드벌룬 = 기술의 발전
별 = 진정한 모더니즘의 가치
카인의 말예 = 모더니즘을 살아가는 이들
노아의 홍수보다도 독가스를 더 무서워하라고 교육받은 여기 시민들은 솔직하게도 산보 귀가의 길을 지하철로 함께 하기도 한다.
독가스 = 기술의 발전과 교육
지하철 = 별을 보지 못 하게 하는 기술의 산물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이런게 천재 아닌가 싶었다.
나도 남들보다 뛰어난 삶, 부유한 삶을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도록 늘 이상의 말을 상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