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레벨3 회고 조각들
선택은 막연하고, 과정은 불안하며, 결과는 항상 아쉽기 마련
알고는 있다. 노력하는 한 방황하며, 죽을 때까지 이 감정들의 연속이라는 것.
그럼에도 아직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레벨 1, 2 회고도 적지 못했다.
하지만 자책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에 대한 몰이해는 항상 자책을 낳았을뿐더러, 나는 결코 나태하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열심히 했나 하는 질문에 살면서 처음으로 그렇다고 답한다.
전력을 다하는 삶
번아웃. 살면서 수도 없이 들은 단어다.
나는 그것을 들을 때마다 어떤 기분인지 공감하지 못했다.
스스로 돌아본 인생을 살며 내 모든 것을 불태워본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능력 부족도 있겠지만, 나의 전력을 다한 그 지점이 나의 한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테코에서 나는 명백히 몰입 상태에 있다.
아침 6시가 되기도 전에 기상하여 캠퍼스에 6시 30분에 도착하고 오후 7시에 캠퍼스를 떠나 수영과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 잔다.
이런 루틴에서 침대에 눕는 순간부터 소비되는 여가 시간은 나의 수면 시간(7시간)을 갉아먹기에 그런 유흥에 시간을 쏟고 싶지도 않았다.
과거에 흔히들 갓생이라 말하는 루틴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낙으로 저렇게 사는 걸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재 내 삶이 그 삶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이 삶이 힘든가?
당연히 힘들기는 하다.
하루 종일 머릿속엔 고민과 걱정이 가득하고 사람들과 부딪힌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다는 감각에 오늘을 버틴다.
높아지는 기준
우테코에서 내게 무한한 성장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인격적으로 하루하루가 성장이며, 새로운 경험이다.
그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기에 매일을 불태워도 아깝지도, 크게 지치지도 않았다.
반대로, 하루하루 나의 수준과 기준이 함께 높아져서 과거 나의 것들이 보잘것없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도 그저 그런 것 정도로 느껴졌다.
아마 내가 새로운 기준을 매일같이 들이밀기 때문이겠지.
현업자가 와서 하는 강연으로부터, 코치의 피드백으로부터 나와 주변 크루들은 항상 기준을 높이기 마련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일궈왔던 것들도, 출시되고 한 달이 지나면 이미 구식이 되어버리는 AI 방법론 서적처럼 이미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계속 불태워야 했고, 더 큰 것을 바라야 했다.
절대 꿈을 위한 나의 도화선의 불이 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좀 힘들게 만든다.
두려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빌딩을 지나, 만족스러운 팀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과제에 대한 두려움이 또다시 피어난다.
레벨 3 팀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금, 두려움과 약간의 기대, 취업에 대한 막막함에 또다시 묘한 기분이다.
레벨 1이 시작되고 사람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을 때,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며 사람들과의 실력 격차를 확인했을 때, 그 격차가 절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느꼈을 때와 같은 막막함이었다.
나는 스스로 항상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리 스트레스를 받는지 의아했다.
과거의 나라면 결코 신경 쓰지 않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오늘을 투자하고 불태우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지만, 반대로 결정되지 않는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들이 너무나 두려워진 것 같다.
흔들렸던 프로젝트 주제
우리 팀은 레벨3 동안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
코치의 피드백으로부터 서비스의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으며, 좋은 주제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첫 기획부터 쌓아올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래도, 한 달 내내 팀원들과 고민하고 회의하고 다툰 끝에 새로운 기획이 만들어졌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전혀 없지만, 흔들린만큼 우리 팀이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기분도 확실히 나아졌다. 도화선이 다시 붙었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지.
이런 감정의 요동이 내게 긍정적인지, 독이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당장은 프로젝트로부터 또다시 성장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극복하지는 못할지언정, 결국 익숙해지고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
우테코에서 하루하루 버틸 수 있게 하는 것. 단연 사람이다.
사실 조금만 과거 이야기들을 돌아봐도 내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레벨 1이 끝날 무렵, 마을이 바뀐다는 말을 들었을 땐 기분이 정말 안 좋았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이 임계점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는 물리적인 거리가 곧 마음의 거리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벨 2가 끝날 때는 그런 친밀감들이 임계점을 넘어 어떻게 되든 우리는 잘 지낼 것이라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레벨 3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자리가 바뀌었다.
서로 프로젝트 팀과 자리를 잡기 위해서였다.
나는 예상치 못하게 꽤나 힘들었다.
항상 붙어 다니던 사람들과 떨어진다는 게 내게 꽤나 가혹할 정도로 고통이었다.
그래봐야 같은 건물이고, 매일 볼 수 있지만 아주 약간의 거리감으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의외였고, 또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도 하루에 몇 번씩 문득 공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이 그들과 멀어지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순전히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삶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갔지만, 이토록 그리던 사람들이 있었나 싶다. 언젠가 시절 인연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