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돌좀 치워

원문: 리로그에서 읽기

최근 루드비코가 내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돌부리 하나에 걸려 몇 바퀴 굴러버릴 것 같을 때 본인이 멈추어 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이 잘나갈 때 나락으로 떨어뜨려 주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기는 하다.

요즘 노트(Knot)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번아웃은 진작 왔지만, 남은 재까지 태워버린다는 심정으로 달리고 있다.

작은 돌부리 하나에만 걸려도 루피에게 죽빵 맞은 루치처럼 내 마음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Knot 팀은 프로젝트 자체가 늦게 시작되었다.

기획을 갈아엎고 개발을 시작한 것도 레벨 4에 와서였다.

다른 팀들이 레벨 3에 서비스를 런칭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늦은 출발이었다.

그럼에도 6일 정도 전 첫 프로덕트를 배포했다.

팀원 모두 정말 열심히 불태우며 달렸다.

배포를 하면 조금은 뿌듯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을 느낄 새가 없었다.

배포할 때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피드백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한참 모자라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부족한 것을 빨리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서비스를 배포한 뒤 해야 할 일은 곱절로 쌓여갔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는 또 하나의 큰 목표가 있었다. 우아한형제들 전시회였다.

(우아한형제들과 우아한테크코스엔 띄어쓰기가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테코에서 1년 내내 방황했다.

나는 정말 많이 부족했고, 열심히 했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은 크게 들지 않았다.

우테코에서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기준도 없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디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도 내가 선택해야 했다.

나보다 앞서 있던 사람들은 계속 앞서나갔다.

나도 달리고 있었지만 모두가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전시회는 우테코의 피날레처럼 느껴졌다.

우아한테크코스라는 이름 위에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한 번 드니, 계속 그런 쪽으로 마음이 매몰되는 것을 느낀다.

우테코는 개발을 하면서 어떤 선택이든 트레이드오프가 있을 뿐, 틀린 선택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 선택으로 더 배울 수 있었던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미션에서도 그랬고, 늦게 시작한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다.

늦어진 만큼 우리가 더 고민하고 배운 것이 있었으니 후회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시회를 놓쳤을 때, 내가 모든 것을 쏟지 않았다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어디까지 하면 충분히 쏟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런 기준도 없다.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가정을 하는 순간 마음이 사그라들 것 같아서다.

지금은 오로지 ‘한다’만 있다.

슬픈 것은 나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고를 할 때마다 팀원들이 점점 지쳐가는 것을 느낀다.

다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몰아붙이고 있어서 지친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번아웃에 빠질 것 같다고 했다.

당연한 결과다.

늦게 시작한 프로젝트를 여기까지 끌고 오기 위해 모두가 정말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도 내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모든 것을 쏟고 나서 번아웃이 오더라도, 남은 몇 주를 더 몰아붙여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그 방식이 다소 강압적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팀원들의 입장에서 전시회를 위해 지식과 기술 부채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제쳐두고 더 달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드러낼수록 다른 말을 하기는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기적인 마음이다.

맹목적이고, 매몰된 모습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내 모든 것을 쏟아보고 싶다.

이 마음을 아직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팀원들이 힘든 것도, 내가 더 달리고 싶은 것도 모두 지금의 사실이다.

회고를 쓰고 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시간이 끝났을 때, 팀원들에게 정말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결과가 좋다면 행복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좋지 않다면 조금 쉬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다시 일어나 달릴 때는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루이흑넛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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